1. 영화에 대한 정보
오코모 가츠히로 감독. SF 애니메이션의 고전 명작으로 불리우는 아키라. 세 차례나 국내에서 개봉되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0여 년 전인 지난 1988년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영상미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것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물치고는(?) 상대적으로 조금 긴 편에 속한다고 볼 수가 있을 약 두 시간여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영화임에도 촌스러움과 지루함이 느껴지기는커녕, 그 압도적인 퀄리티에 자연스레 압도, 그렇게 2시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마법을 경험해 볼 수가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의 1980년대 버블 경제, 경제 호황기를 대표하다 못해, 그 시작을 알렸던 애니메이션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어떠한 수식어도, 설명도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유명한 바이크 세우기 장면이 애니메이션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것도 바로 이 영화입니다.
동명의 글로벌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음은 물론, 원작자 오토모 가츠히로가 직접 연출을 맡았던 영화. 이렇게 처음부터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조건들이 뒷받침돼 있는 상황 속에 버블 경제라는 시기 상의 완벽한 이점까지 추가적으로 더해져서 역사에, 영화사에 남을만한 세기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이 탄생한 게 아닐까 싶은 아키라입니다.
제3차 세계대전 이후라는 극중 배경에 따른 사이버펑크 그 특유의 연출과 분위기를 확인할 수가 있는 이 작품은 사실, 그 무엇보다도 주인공 카네다가 바이크를 세우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두 시간여의 러닝타임에 여러분들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도 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우 짧지만, 그 임팩트 하나만큼은 극중 그 어떤 장면들보다도 최고였던 해당 장면은 그간 수도 없이 많은 영화와 게임 속에서 오마주, 그렇게 해당 영화를 그간 단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이들조차도 이와 비스름한 장면들을 살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줄거리
1988년 도쿄가 알 수 없는 폭발 때문에 괴멸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납니다. 30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폐허가 된 도쿄는 네오 도쿄라는 도시로 재탄생했습니다. 겉으로는 첨단 도시처럼 보였지만 속을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으로 부패와 약물이 만연합니다. 네오 도쿄 폭주족 카네다와 친구들은 구도심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다른 폭주족과 싸움을 벌이던 중 테츠오와 정체불명의 소년과 충돌 사고를 일으키고 군에 납치되게 됩니다. 이후 비밀 실험실에서 아키라에 맞먹는 능력이 있음이 밝혀졌지만 테츠오는 능력을 통제 못했고 폭주하면서 아키라에 의해 소멸되고 맙니다.
도시가 파괴된 후 일본을 도시를 정비하고 정치 구조를 개편해야 했습니다. 31년 후인 2019년 최첨단을 달리는 도시는 사회적 불평등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범죄는 나날이 높아집니다. 이때 열망에 찬 극단주의 세력도 등장합니다. 감독이 예상했던 사회 구조의 붕괴는 서구 사회에서 일어는 현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는 과학적 경이로움과 인간이 만든 첨단 기술로 초래할 수 있는 피해로 인해 기후 변화와 후기 자본주의가 불러일으키는 잠재적인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짜릿한 오토바이 추격전,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폭발 장면, 주먹다짐, 섬뜩한 바디호러 까지 끊임없이 영화에 몰입시키고 있습니다.
테츠오는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되면서 여러 사건을 겪게 되고 30년 전 폭발 사고의 원인이 아키라에게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결말이 다가오면서 제어하지 못하고 힘에 휘둘리는 테츠오로 인해 도시는 파괴라는 악몽이 현실로 일어나게 되고 맙니다. 세상을 완전히 멸망시킬 파멸이 다가오지만, 아키라는 죽지 않았고 부활해서 테츠오를 소멸시키지는 다른 무언가로 태어나는 모습이 마치 황홀경처럼 느껴지게 되기도 합니다.
3. 고전 명작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점
1988년이면 퍼스널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나오기도 전인데 당시에 이런 애니메이션이 있었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우선 작화가 깔끔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옛날 작품이라는 느낌은 있지만 밀린다는 느낌은 전혀 찾아볼수 없습니다. 최근에 리마스터링이 돼서 그렇기도 합니다. 특히 애매하게 시간이 된 작품들보다 훨씬 깔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보통 아이들을 보기 때문에 밝은 내용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작품은 철저히 15세 이상의 관객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은 좋아하는데 너무 유치한 내용 때문에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확실한 선택지가 될 수 있겠습니다. 88년에 그린 작품이기에 새로운 미래를 생각하며 밝은 내용일 거 같지만 스토리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부가 민간인을 데려다가 실험체로 쓰는 암울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아키라는 무한 에너지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케이라는 등장인물을 밝은 이미지로 표현되었지만 아키라가 한 행동이나 그와 비슷한 힘을 가진 테츠오가 극중에서 하는 것을 보면 그 에너지는 파괴적인 에너지로 보입니다. 초능력으로 보여주지만 아키라를 제외한 넘버즈 멤버들을 보면 기괴한 모습이 느껴집니다. 몸과 목소리는 분명 어린이인데 얼굴과 피부는 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그려집니다. 즉,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들이 곧 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건 국가에 의해 시간이 사라진 아이들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합니다. 마치 원자력에 피폭된 아이들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모습입니다.
여러 액션 장면과 함께 다른 영화들에 많은 영감을 주는 장면들은 지금 보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매력적인 이야기와 함께 그 안에 있는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SF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