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제작 배경
펜 감독이 연출하고 워런 비티가 제작한 1967년도의 영화 <보니와 클라이드>는 같은 해 발표된 영화음악의 명장으로 꼽히는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작품인 <졸업>과 함께 미국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작품이라고 평가받습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보니와 클라이드)는 대공황 시대 미국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실제 은행 강도 "보니와 클라이드의 만남과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사실적으로 그린 범죄 영화입니다. 영화는 1967년 미국에서 개봉하였고, 한국에서는 1968년 지금은 없어진 당시 한국영화의 메카인 단성사에서 개봉되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이 영어 원제와 다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번역되어 소개된 것은 일본에서 먼저 개봉시 번역한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스토리와 비교하면 우리말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고 제목을 정한것이 더 나아보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1960년대 당시 할리우드는 고전적이면서 도덕 중심적인 서사를 주로 만들었는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반영웅적인 인물, 폭력에 대해 여과없는 사실적 묘사, 도덕적인 애모모호성을 통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인 영화입니다. 영화의 성격이 이렇다보니 제작 초기에는 전쟁후의 미국내의 사회적인 보수적인 정서로 인해 자금 확보나 배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유럽에서 먼저 호평을 받고 나서야 미국에서 본격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을 했고, 특히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의 영향을 받은 촬영기법과 편집 스타일이 눈에 띄며, 당시 젊은 관객층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워런 비티는 이 영화의 주연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했습니다. 그는 이 영화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라, 당시의 젊은이들의 무력감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영상에 담고자 했었고, 결국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저항’과 ‘반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적 작품이 되었습니다.
2. 줄거리와 주요 특징
본격적으로 영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영화는 텍사스 출신의 빈민가 출신 여성 보니 파커가 우연하게 만난 클라이드 바로와 사랑에 빠지면서, 둘이 함께 은행 강도와 탈주를 반복하는 범죄 로맨스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범죄와 로맨스라니 어울리지 않을것 같지만, 그들은 대공황이라는 시대의 한가운데서, 가난과 절망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 은행을 털며 일종의 '의적 로빈훗'적이 이미지를 대중으로부터 얻게 됩니다. 이들의 여정에는 클라이드의 형인 버클과 그의 아내 블랜치, 그리고 보니와 클라이드 사이에 흐르는 뜨거운 감정선이 얽혀져 있으며, 범행이 늘어날 수록 점차 강도는 높아지고, 경찰과의 충돌도 격렬해지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매복해 있던 경찰의 무차별적인 총격에 사살당하며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멋진 엔딩 중 하나로 꼽히며, 당시의 영화 관객에게 강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나 광고 CF등에서 한동안 많이 인용되었던 장면입니다. 영화를 살펴보면 독특한 점이 있는데, 폭력과 사랑이 이율배반적으로 그려진다는 것입니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분명이 사람을 죽이고 은행을 터는 강도가 분명하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깊이 빠져 있는 연인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악당이지만, 어쩐지 관객은 그들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영상미에서도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전에서는 볼수 없었던 매우 사실적인 총격 장면과 빠른 화면전환을 하는 편집, 그리고 슬로모션을 결합한 마지막 총격신은 이후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범죄 영화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선구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3. 평가와 후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개봉 당시에 미국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너무 폭력적이고 폭력을 미화하며 도덕적 기준을 흐린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젊은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오히려 이를 "새로운 미국 영화의 시작"이라며 열광했습니다. 영화는 196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촬영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이 작품은 이후 전세계의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독들인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올리버 스톤 등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영화사적 전환점으로 평가하면서, 영화에서 범죄자나 반영웅적인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범죄자의 범죄 형상만이 아닌 인간성"을 묘사하는 서사 방식의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이전까지는 범죄자는 반드시 선과악을 분별하여 응징받는 존재였지만, 이 영화는 그들을 오히려 동정하고 이해하는 심리 중심의 서사를 제시하며 미국 영화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평가받는 것입니다. 특히 당시 미국 사회를 보면, 베트남 전쟁과 한국전쟁, 흑인 인권운동, 젊은이들의 반전 문화, 히피 문화로 인해 기존 권위에 대한 회의와 저항이 팽배해 있었고, 그것은 영화는 물론 음악, 문학, 연극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그 시대적인 정신을 대변하는 '우상 타파적’인 작품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금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작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미국 영화 100선"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속 보니와 클라이드는 그 자체로 문화적인 아이콘이 되었고, 반항적이며 아름답고 비극적인 로맨스의 대명사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영화를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할가요. 갱스터 영화, 범죄 스릴러 등 다양하게 평할수 있겠습니다. 분명한건 이 영화는 그 시대의 문화적 걸림돌에 맞서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초상이며, 무력한 현실에서 사랑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영화는 그들의 마지막 선택이 옳았는지 관객에게 묻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가진 열정, 허무, 로맨스를 냉혹한 현실과 함께 담아냅니다. 그리고 마지막 총격신 장면에서 흩날리는 슬로모션의 총알은, 우리에게도 묻고 있는 듯합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 삶의 도망자이자 영웅일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