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노의 주먹> 제작 배경
영화계에서 황금 커플이라고 한다면 누구를 생각하겠습니까?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 마이클 베이 감독과 윌 스미스.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 등 영화를 고르는데 있어 고민하지 않게 만드는 정말 많은 단짝 콤비를 들 수 있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제가 좋아하는 성격파 배우 로버트 드니로를 꼽겠습니다. 이번에 고른 작품은 <성난 황소>가 원제목인 <분노의 주먹>으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걸작중의 하나임에는 분명하면서 198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품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 권투 선수인 제이크 라모타의 굴곡 많은 삶을 바탕으로 각색한 전기 드라마로 흑백의 영상에다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구성한 연출 솜씨는 전기 영화의 교과서라고 불리우게 되었으며 사각의 링이라는 제한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담아낸 놀라운 카메라 워크에서의 권투 장면들은 스콜세지 감독의 테크니셜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잇으며, 로버트 드니로는 명콤비답게 이 역할을 위해 20kg이상 체중을 늘리면서 신기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만들지기전 70년대에 스코세이지는 약물 중독과 건강 문제로 인해 영화계에서 쫏겨날 수 있는 위기에 있었습니다. 이 시기 그의 절친이자 파트너였던 로버트 드 니로가 제이크 라모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스코세이지는 스포츠 영화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폭력성과 그 처절한 폭력적인 본성에 주목하며 이 영화를 연출하는데에 동의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스코세이지의 영화 커리어를 다시 일으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그 자신에게도 ‘가장 개인적인 영화’라고 여러 번 언급할 정도로 애착이 깊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80년대에 제작되었는데도 흥미롭게 이 영화는 거의 흑백으로 촬영되었는데, 그 이유는 1940~50년대 권투 경기의 다큐멘터리적 느낌을 살리기 위한 미학적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앞에서 애기했듯이 로버트 드 니로가 제이크 라모타를 연기하기 위해 약 20kg의 체중을 증가시켰다는 사실입니다. 젊은 시절의 권투 선수에서 중년 이후의 비만한 남성까지, 그는 라모타의 외적 변화를 몸의 변화를 통해 화면에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 헌신적인 연기력은 당시에도 지금에도 많이 회자되며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2. 영화에서의 인간 내면의 폭력적인 묘사
영화 <분노의 주먹>은 단순한 권투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링 위에서보다 링 밖에서의 자기 본성의 파괴, 질투, 분노, 외로움 등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들을 다룬 인간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제이크 라모타(로버트 드 니로)가 권투 세계에서 성공을 거두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는 거칠고도 냉정한 파이터로, 그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링 밖에서는 불안과 의심, 폭력성이 더욱 극대화되어 버려서 사랑하는 아내인 비키(캐시 모리아티)와 동생인 조이(조 페시)와의 관계마저 본의 아니게 파괴하게 됩니다. 특히 그는 아내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착을 하게 되고, 동생의 의미없는 행동조차도 질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그의 이런 폭력적 성향은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원인이 되어버리고, 그의 권투 인생도 점차 몰락하게 되고 맙니다. 영화는 한 권투선수로서의 전성기와 인간적인 몰락을 교차 편집하면서 라모타의 내면 붕괴를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영화의 특징 중의 하나라면 복싱 대결장면의 연출 방식입니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권투 영화가 경기 외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면, 이 영화에서는 경기 자체를 심리적인 전쟁으로 묘사합니다. 카메라의 이동장면이나, 슬로모션, 링에서 들리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 땀과 피의 질감이 관객에게 링 위의 선수와 고통과 분노를 관객이 느낄수 있도록 여과없이 그대로 전달해 줍니다. 특히 링에서의 1:1 경기의 클로즈업 장면은 권투가 아니라 사람대 사람의 감정 싸움처럼 느껴질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납니다. 이로 인해 관객은 단순한 스포츠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듯한 영화적 몰입감을 영화를 보면서 직접 체험을 하게 됩니다.
3. 영화 <분노의 주먹> 평가와 후기
<분노의 주먹>은 개봉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는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1981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로버트 드 니로)과 편집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상과 감독상 등 8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헌신적인 연기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체중을 조절하고, 실제 권투 훈련을 몇 달간 소화하며 라모타의 내면을 완벽히 표현하고자 했으며, 그의 감정선은 거칠지만 섬세하고, 폭력적이지만 슬픈 한 남성의 모든면을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비평가인 로저 에버트는 “<분노의 주먹>은 단순히 권투 영화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대한 가장 깊은 탐사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영화연구소는 이 영화를 "20세기 미국 영화 100선" 중 4위로 선정했으며, 다양한 매체에서도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또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도 이 작품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상업적인 성공과 비평적 성과를 모두 거두면서, 그는 이 영화 이후에도 <좋은 친구들>, <택시 드라이버>, <갱스 오브 뉴욕> 등 인간 본성의 어두움을 표현하는 명작들을 선보였습니다. <분노의 주먹> 은 단순히 누군가의 전기 영화도, 스포츠 드라마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내면과 사랑과 사람사이를 오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링 위에서 펼쳐지는 합법화된 폭력은 사실 그의 내면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제이크 라모타는 누구보다 강한 파이터였지만, 동시에 가장 약한 인간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권투를 좋아하지 않아도, 스포츠 영화를 보지 않아도, 보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에 새기게 되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영화 포스터에서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처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면 이렇게 묻는것 같습니다 . "당신은 당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습니까?"